실수가 잦으면 사고가 난다 — 작은 실수를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운전하다 보면 노란불이 켜졌는데 오히려 속도를 더 내는 차를 볼 때가 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같은 행동을 10번, 100번, 1,000번 반복한다면 어떨까.
매번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횟수는 계속 늘어난다.
그러다 어느 날 평소와 조금 다른 상황이 하나 겹친다.
앞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보행자가 늦게 횡단보도에 들어오거나,
반대편 차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인다.
그동안 별일 없었던 행동이 그날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과 안전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큰 사고 앞에는 작은 신호가 있을 수 있다
안전 분야에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개념이 하나 있다.
하인리히의 사고 삼각형(Heinrich’s Safety Triangle)이다.
산업안전 연구자인 H. W. Heinrich는 1930년대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비율을 제시했다.
1건의 중대 사고
29건의 경미한 사고
300건의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 또는 Near Miss
흔히 1 : 29 : 300으로 알려진 비율이다.
물론 이 숫자를 모든 회사와 모든 사고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법칙으로 보면 안 된다.
산업과 업무의 특성에 따라 사고의 형태도 다르고, 이후 연구에서도 정확한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가져갈 만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작고 사소해 보이는 신호가 반복되고 있을 수 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이 이야기는 꼭 산업재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유난히 사소한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온라인 회의 때마다 마이크나 화면 공유 문제가 생긴다.
회의에 자주 늦고,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숫자를 잘못 입력한다.
이름이나 맞춤법을 반복해서 틀린다.
요청받은 내용을 자주 빠뜨린다.
이전 버전의 파일을 보내는 일이 반복된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래서 한 번의 실수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할 필요는 없다.
다만 비슷한 실수가 계속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 바로
“이 사람은 덤벙거려.”
“책임감이 없어.”
라고 결론 내리기보다 먼저 다른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왜 이런 실수가 계속 반복되고 있을까?
1. 먼저 작업환경을 본다
사람의 실수는 개인의 성격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업무를 하다가 몇 분마다 메신저 알림이 울리고,
회의가 연달아 잡히고,
동시에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검토할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다면 실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무 중단과 실수의 관계를 다룬 여러 연구에서도 하던 일을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때 오류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돼 왔다.
시간 압박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반복되는 실수가 보인다면 먼저 이런 부분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인가?
업무가 너무 자주 끊기고 있지는 않은가?
동시에 너무 많은 일을 맡고 있지는 않은가?
검토할 시간이 충분한가?
업무 절차와 기준은 명확한가?
실수한 사람을 보기 전에 실수가 발생하는 환경부터 보는 것이다.
2. 심리적으로 문제를 말할 수 있는 환경인가
두 번째는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하면 가끔
“실수해도 괜찮다고 해주는 것”
정도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조직에서 말하는 심리적 안전감은 조금 다르다.
문제나 실수를 발견했을 때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깝다.
작은 실수를 보고했을 때 혼나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면 사람은 점점 문제를 숨기게 된다.
그러면 조직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표면적으로는 실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실수가 보고되지 않고 있을 뿐일 수 있다.
Amy Edmondson을 비롯한 조직 연구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팀에서는 질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오류를 공유하는 학습 행동이 더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실수가 반복된다면 사람에게만 물어볼 것이 아니라 조직에도 물어봐야 한다.
실수를 이야기해도 괜찮은 분위기인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는가, 사람부터 찾는가?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업무 스트레스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작은 실수가 보인다는 것은 오히려 조직이 문제를 고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3. 그래도 반복된다면 사람과 일의 적합성을 본다
작업환경도 크게 문제가 없다.
시간도 충분히 준다.
질문하거나 문제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아니다.
그런데 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된다면 그때는 다른 부분도 봐야 한다.
이 사람이 이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교육이나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세밀함이 굉장히 중요한 업무인데 본인의 강점과 너무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업무 자체에 관심과 동기가 거의 없는 것은 아닌가.
사람마다 강점이 다르다.
빠르게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강한 사람이 있고, 세밀하게 검토하고 오류를 잡는 데 강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 특정 업무에서 계속 실수한다면 무조건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업무와 사람의 조합이 맞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적성을 가장 먼저 의심해서는 안 된다.
개인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환경 → 업무 구조 → 교육과 역량 → 사람과 일의 적합성
나는 이 순서로 보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수한 사람보다 실수가 반복되는 구조를 본다
인간의 실수를 연구한 James Reason은 오류를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사람에게 원인을 찾는 방식이다.
“집중하지 않았다.”
“꼼꼼하지 못했다.”
“주의력이 부족했다.”
이 방식은 간단하다.
문제의 원인이 한 사람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방식은 시스템을 보는 것이다.
어떤 환경과 조건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었는가?
Reason의 유명한 Swiss Cheese Model도 비슷한 관점을 설명한다.
조직에는 여러 개의 안전장치가 있지만 각각에는 작은 빈틈이 있다.
평소에는 하나의 빈틈이 다른 방어선에서 막힌다.
하지만 여러 빈틈이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겹치는 순간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사고가 난 뒤 한 사람의 실수만 찾으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그 실수가 사고까지 이어지도록 허용한 구조도 함께 봐야 한다.
작은 실수는 가장 값싼 경고일 수 있다
노란불에 한 번 속도를 냈다고 반드시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다.
회의에 한 번 늦었다고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숫자를 한 번 잘못 적었다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실수한다.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비슷한 실수가 계속 나온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편이 좋다.
누군가를 혼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원인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값싼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없애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은 실수를 발견했을 때 무엇을 하는가다.
환경을 바꿀 것인지,
업무 방식을 바꿀 것인지,
교육이 필요한지,
역할을 다시 볼 것인지.
그 작은 신호를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다.
큰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전에 작은 신호가 여러 번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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