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가 나를 호구로 만들지 않는 이유
개발 신입 시절, 뜻하지 않게 우체국 장비 납품이나 물리 서버를 랙에 장착하는 현장 업무에 투입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에는 불안감이 정말 컸습니다. '코드 한 줄 더 쳐야 할 시기에 이런 잡무라니, 내 개발자 커리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죠.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복잡한 프로젝트들을 이끄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경험들이 제게 가장 큰 자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리 서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공정 관리, 문서 작성, 그리고 프로젝트 전체를 조율하는 매니징 능력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으니까요.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 그리고 제 커리어를 바꿔놓은 세 가지 깨달음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1. 태도가 바뀌면 시간은 '자산'이 된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일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지금 하는 이 고생이 미래에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자, 신기하게도 일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억지로 해야 해서 에너지를 빼앗기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해 든든한 자산을 쌓아가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 '개발' 너머를 보는 사고의 확장
현장과 관리 영역을 모두 경험해 보니 일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명세서대로 코딩만 하는 수준을 넘어, 유지보수의 용이성, 인프라 비용, 세일즈 관점,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죠.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시야의 확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3. '하기 싫은 일' 속에 숨겨진 반전
사실 냉정하게 말해, 직장 생활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 훨씬 더 많죠.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이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버텨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내가 하기 싫었던 그 일들이 결국 내 단단한 자산이 되고, 역설적이게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기반)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요.
안타깝게도 주변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장 내 눈앞의 이익이나 '순수 개발'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회를 밀어내곤 하죠.
누군가 잡무나 어려운 일을 제안했을 때,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손을 들면 당장에는 손해 보는 '호구'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다각도의 경험을 흡수하는 순간, 당신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날카로운 칼을 쥐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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